[한국뉴스타임=편집국]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에서 모인 여대생들이 축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으로 필드를 누볐다. 14개의 대학팀 선수들이 여대생축구클럽리그 개막전을 빛냈다.
여자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지난해 창설된 2023 렛츠플레이 여대생축구클럽리그(이하 우플)가 지난 4월 15일 파주NFC에서 막을 올렸다. 6개월간 대장정에 나선 우플은 4월부터 9월까지 팀당 13경기 씩 풀리그를 치른 뒤, 10월에 상위 4팀이 참여하는 챔피언십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이번 우플에는 지난해 우승팀 제대로(제주대학교)를 포함해 FC EDU(이화여자대학교), HY리온(한양대학교), FC.NIC(중앙대학교), FC 엘레펜테(동국대학교), SNUW FC(서울대학교), ESSA(이화여자대학교), REPL(숭실대학교), 제대로(제주대학교), FC HOLICS(한국외국어대학교), FC 크리스탈즈(성신여자대학교), KH LIONS(경희대학교), FC GPS(연합팀), 라이언레이디스(연합팀), FC. WHITE BEARS(연합팀) 등 11개의 대학팀과 3개의 연합팀이 참가했다.
개막식 축사를 맡은 KFA 여자축구&저변확대팀의 지윤미 팀장은 “비가 와서 아쉽지만 궂은 날씨에도 재미를 찾는 게 진정한 승자라고 생각한다. 올해 두 번째 우플에는 작년보다 더 많은 참가자들이 참가했다. 대회를 치를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참가자들을 위한 깜짝 손님인 콜린 벨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등장했다. 콜린 벨 감독은 유창한 한국어로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 짧고 굵게 말하겠다.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 재미, 열심히, 고강도, 적극적”이라는 네 단어를 강조하며 재치 있는 축사를 마쳤다.
대회 홍보대사인 이대훈 역시 “두 번째 우플 개막을 축하드린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길 응원하겠다”며 “비가 오는 날이지만 부상 없이 즐겁게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대훈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축까지 진행하며 참가자들의 열띤 환호를 받았다.
개막전부터 골 잔치가 터졌다. B구장에서 진행된 1경기에서는 FC 크리스탈즈(성신여대)가 HY리온(한양대)에 8-0 대승을 거뒀다. 4골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끈 FC 크리스탈즈의 박에스더 씨는 “경기장이 좁고 비가 많이 와서 감독님께서 슈팅을 많이 때리라고 지시하셨다. 계속 슈팅을 때리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잘 들어가서 기분이 좋았다”는 소감을 드러냈다.
선수 못지않게 지도자들의 열정도 뜨거웠다.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를 맡고 있는 올리버 테리 FC크리스탈즈 감독은 “8년째 성신여대 교수를 맡고 있으며, 영문 잡지를 편집하고 있다. 2020년 잡지에 실린 기사의 마지막 문단에서 크리스탈즈의 감독을 찾고 있다는 글을 보고 직접 연락했다”며 감독을 맡게 된 비화를 설명했다.
감독 3년차가 된 올리버 테리 감독은 여성 아마추어 팀의 발전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팀에 경험이 많은 선수가 5명 정도 있는데, 축구를 처음 접해보는 다른 선수들과 실력 차이가 크다. 이 차이를 줄여 가는 것이 오늘 우플에 참가한 모든 팀의 고민일 것”이라며 “이를 감독으로서 잘 해결해 나가겠다. 9월까지 최선을 다해 리그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FC.NIC(중앙대학교)도 FC. WHITE BEARS(연합팀)를 상대로 2-0 승리하며 개막전 첫 경기에서 웃었다. FC.NIC는 전반전 이수민의 선제골에 힘입어 앞서갔고, 경기 종료 직전 이수진의 추가골로 승리를 확정 지었다.
FC.NIC 주장 후영리 씨는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경기 하려고 왔는데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 대학교까지 와서 축구를 이렇게 열심히 할 줄은 몰랐다”며 “여자축구 아마추어 대회도 많아지고 규모도 커지는 걸 보면서 흐뭇하다. 팀에서 주장으로서 친구들이 축구에 더 빠져들도록 노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국의 대학 선수들로 모여 구성된 연합팀도 있었다. FC. WHITE BEARS(연합팀)는 ‘We don’t melt(우리의 열정은 녹지 않아)’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지난해 8월 창단됐다. 우플에 나서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주장 김나영 씨는 “우리 팀은 거의 다른 학교 선수들 30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축구를 즐기고 싶은 전국의 모든 대학생이 가입할 수 있다. 훈련장과 3시간 거리에 있는 선수도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와서 훈련한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공놀이를 좋아했다고 밝힌 김나영 씨는 “예전에는 같이 축구하고 싶어하는 여자 친구들이 없어서 남자 친구들 사이에서 축구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여자축구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서 같이 축구할 수 있는 여자 친구들이 많다. 여자축구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지는 것을 직접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나영 씨는 “FC. WHITE BEARS가 신생팀이고 첫 대회이니 한 경기 한 경기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목표이다. 지더라도 무기력하게 지지 않겠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한편, 작년 대회 우승팀인 제대로(제주대학교)는 SNUW ?FC(서울대학교)에 5-1 승리하며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보였다. 이날 제대로는 제주도에서 파주NFC까지 당일로 오가는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제대로 주장 고현영 씨는 “작년 우승의 주역이었던 선배들이 대거 졸업했지만, 올해 신입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며 “다른 팀들도 쟁쟁해서 걱정은 되지만 우승은 제대로가 하겠다“는 각오를 말했다.
우플 참가자들은 모두 여자축구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체감하고 있었다. SNUW FC(서울대학교) 주장 김도은 씨는 “3년 전만 해도 팀에 새로운 선수들이 안 들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20명씩 들어올 정도로 여자축구의 인기가 많이 높아졌다는 걸 느꼈다. 매년 대회를 나가면서 모든 대학 팀의 실력도 상향평준화 되는 것 같다. 참가자 수 뿐만 아니라 실력적인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한다”며 이번 우플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