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타임=편집국]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설레는 봄이 우리를 찾아오고 있네요.
책 읽기 좋은?2월의 추천도서를 소개합니다.
1.?[사회과학] 역사학 너머의 역사 | 김기봉/문학과지성사
“더?멀리 뒤돌아볼수록 더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처칠의 말이다. 빅뱅에서 시작하여 인류 문명의 미래를 논의하는?빅히스토리는?하나의?예증이다. 역사학의 역사와 역사 이론을 연구하는 서양 사학자 김기봉은 이 책에서 빅히스토리의 관점을 취하면서 우주와?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인류 문명의 미래를 논의한다. 빅뱅에서 시작하여 인류의 미래까지 논의하는 만큼 역사학자가,아닌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넓은 공간의 가장 긴 시간의 역사를 다루고?있다.?
저자는?겸손하게?“제목은?거창하고?길지만,책은 작고 내용도 많이 부족”하다고 적었지만, 시작이 반이다. 지금이야말로 멀리 돌아보고 길게 내다보는?작업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도 인류도 제대로?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문학과 분리된?자연과학과 그에 기초한 첨단기술이 지배하는 현대문명의 문제점을 역사적으로 조감한다. 위기에 처한 현대문명의?대안은 인문사회과학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에서 시작된다. “과학이 진보하고?영향력이?증대하면?할수록,과학적?연구가 갖는 삶의 의미에 대한 성찰은 생략하고 사실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삶’과 그것이 가능한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를 묻는 인문사회과학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책 속에는 ‘이야기’로 모든 것을 가르친 4대 성인 소크라테스,석가모니,공자,예수에서 시작하여 사마천,헤로도토스,랑케,브로델,르고프와 같은 역사가와 맑스,아담 스미스,베버,뒤르켐,엘리아스 등 사회이론가들은 물론 코페르니쿠스,갈릴레오,뉴턴,슈뢰딩거,아인슈타인 등의 과학자,아리스토텔레스,플라톤,데카르트,칸트,후설,화이트헤드 등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동서와 고금을 망라하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사상사,과학사,문화사를 종횡무진으로 가로지르고 물리학,생물학,유전학,천문학,정보과학 등이 과학의 여러 영역과 철학과,역사학,사회학과 심리학 등 인문사회과학을 아우르며 현란하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자들은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돌아보고 내다보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우주와 자연과 사회와 역사 속의 인간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다.
_정수복 위원, 사회학자/작가
2. [자연과학] 눈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나카야 우키치로 저, 박상곤 역/ 글항아리
이 책은 일본의 기상 물리학자로 “설빙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개척한 나카야 우키치로(1900∼1962)의 산문 모음집이다. 그는 1930년대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눈,얼음,안개,번개,서리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하였으며 최초로 실험실에서 인공 눈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를 위해 그는 일본 훗카이도 도카치다케 산을 비롯한 험지에서 겨울에 살다시피 하였으며 이후에는 그린랜드와 알래스카 등에서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과학함은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 대상에 매혹된 때로부터 시작된다. 우키치로는 그야말로 눈에 매혹된,눈에 빠진 사나이였다. 이 책은 과학이란 사랑하는 대상을 평생 바라보고 그 이유를 찾아내는 인간의 정신활동임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눈 이야기 외에도 찻잔의 김,불꽃놀이,달걀을 세우는 법 등 일상생활의 흔한 일들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시도하는 소소한 글들은 이 책의 매력을 높여준다. 그렇다. 과학은 대단히 특별한 어떤 것이 아니라, 작은 현상에도 의문을 가지고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탐구하는 것이다. 더불어 그런 일을 하는 과학자의 일상도 잠시 엿볼 수 있는 매력을,지금을 기준으로는 비록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욱 소박한 그 일상을 꾸밈없이 묘사하여 슬며시 미소 짓게 하는 매력을 이 책은 지니고 있기도 하다.
_권복규 위원, 이화여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3. [실용일반] 사서, 고생|김선영/ 문학수첩
작가는 글을 쓰고 편집자·출판사는 책을 만들어 펴내고,서점은 책을 유통시키며 독자는 책을 사서 읽는다. 이러한 책 생태계에서 도서관과 사서는? 책 읽는 곳,책 빌려주는 사람??
이 책의 저자는 공공도서관 사서로 20년째 일한다. 책 제목은 도서관 사서들이 하는 “사서는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라는 말에 바탕에 두고 있다. 사서라고 하면 ‘조용한 도서관에서 책 많이 읽으며 품위 있게 일하는 직업 아닌가?’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도서관은 치열한 일터다. 업무 스트레스로 소화불량,디스크,우울증을 겪으며 그만둘 생각 하는 사서들이 드물지 않다. 책 한 줄 읽기 어려운 도서관 보직(補職)도 많다. 책과 별 상관없는 서류 업무에만 매달려야 할 때가 많고,도서관 리모델링 작업에 전념해야 하거나 심지어 수영장,헬스장을 관리하기도 한다.?
더구나 도서관 이용자 가운데는 벼라 별 사람이 다 있다. 예컨대 대출해간 책을 좀처럼 반납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다.?“알림 톡을 몇 번 보내고도 반납하지 않으면 일일이 전화를 돌린다. 계속되는 독촉에도 반납하지 않는 장기 연체자 명단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화 돌리면서 메모했던 종이를 펼쳐본다. ‘곧 반납하신다면서 1년째 미룸.’,‘도서관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끊어버림.’,‘책 줄 테니 따로 만나자고 함.’”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책 생태계에서 도서관과 사서는 무엇 하는 곳,뭘 하는 사람일까? 사서는 책 관리는 기본이고 주민의 요구를 파악하여 행사를 기획하고 각종 기념일과 계절에 따라 이벤트도 준비한다. SNS도 관리하고 자원봉사자 관리도 한다. 강사나 도서관 이용자와 원만히 지내야 한다. 동영상 편집,사진 촬영을 직접 하기도 하며 사서 자신이 강사로 나설 때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사서와 도서관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사서’하면 보통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갖는 직업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나는 공공도서관 사서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은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 기관이자 책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 허브이기 때문이다. 즉 사서는 ‘책’보다는 ‘오는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_표정훈?위원, 평론가
4. [그림책/동화]?나는 따로 할 거야|유은실 글, 김유대 그림/ 사계절?
‘나도 편식할 거야’(2011)로 시작돼,‘나도 예민할 거야’ ‘나는 기억할 거야’ ‘나는 망설일?거야’로 이어진 유은실 작가의 ‘정이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이자 완간 작품이다. 일상 속 평범한 일들을 소재로 하루하루 조금씩 커가는 어린이와 어린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포착한다.
몸이 아파 온 가족의 보호와 관심을 받는 오빠와 다르게 튼튼하고 유쾌한 주인공 정이. 이번 편에선 오빠가 엄마를 대신해 귀가 아픈 정이를 병원에 데려간다. 늘 아파 병원이 단골인 오빠는 병원에서 일을 척척 처리하며 정이를 돌봐주지만, 정이는 간단한 처치로 나아버린다.
정이가 아픈 게 아니라 다행이지만 오랜만에 동생의 보호자 역할에 신이 난 오빠는 다시 풀 죽은 아픈 오빠로 돌아간다. 그런 오빠를 보는 정이의 마음,한구석이 왠지 시큰하고 아프다. “큰다는 건, 누군가의 쓸쓸함을 아는 것”이라는 대사에서 읽는 이의 마음도 찡해진다.
이 작품은 이렇게 일상 속에서 작은 것을 놓치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해가는 어린이의 모습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얇은 책,짧은 이야기지만,품고 있는 세계는 그렇게 작지 않다.
2011년 시작해,11년 동안 이어온 동화의 마지막 문장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참 좋다”이다. 아픈 오빠를 위해 가족들이 겨울동안 헬스클럽을 다니기로 하지만 몸도 마음도 튼튼한 정이는 바깥에서 놀고 싶다. 정이는 엄마에게 조용히 따로 공원에서 운동하면 안 되냐고 묻는데,엄마는 당연히 따로 해도 좋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엄마와 오빠는 헬스장에서,아빠와 정이는 공원에서 시소를 타면서 논다. 아픈 오빠를 사랑하고 배려하면서도 정이는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그 세계를 지켜준다. 그래서 공원에서 신나게 노는 정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참 좋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도 이 말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_최현미 위원, 문화일보 문화부장
5. [청소년]?아픔에도 우선순위가 있나요?|김준혁/?휴머니스트
봄을 기다리는 두근거림은 나이와 상관없다. 즐겁고 행복한 일상,건강하고 평온한 미래를 기대하는 건 모든 사람의 소망이다. 괴롭고 슬픈 일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알 수 없는 내일을 향한 불안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어느 정도 긴장은 자신을 다잡는 긍정적 효과를 주지만,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육체적 고통은 마음과 몸을 병들게 하는 원인이다.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자고 놀면 되는 유년 시절이 지나면 모든 인간은 성장통을 겪는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몸과 마음의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학부모,교사 등 어른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보호자’인 부모나 어른들이 치료 방법 등을 선택하고 결정한다. 그러나 신체 자기 결정권은 인권의 출발이다. 법적,사회적인 나이가 되면 저절로 책임감이 생기고 자율적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자기 몸과 마음을 스스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몸이 아플 때,병원에 가서 내리는 의학적 결정은 의료진과 부모님의 몫이 아니다. 자기 삶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질병 치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저자 김준혁은 청소년들을 위한 의료윤리를 사례 중심으로 쉽게 설명한다. ‘중2병이라고들 하지만 우울증이 아닐까,고통만 남았을 때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까,내 마음대로 눈이나 코를 성형해도 괜찮을까,아이를 낳는 것은 누가 결정할까,헬스 앱에 저장된 내 데이터는 어디로 갈까……’ 이런 질문은 모든 사람이 겪는 삶의 문제다.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하게 된다면 의료윤리는 단순한 자기 신체 결정권의문제가 아니라 자기 몸과 마음을 대하는 방법과 태도다. 안락사,유전자조작,성형수술,임신 중지,의료데이터 등 우리 주변에는 몸과 관련된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논쟁거리가 많다. 의료윤리의 주요 쟁점을 살펴보며 사고의 폭을 확장하는 일은 곧 자신의 몸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해당한다.
미성년 환자 본인에게도 치료와 시술 이후 부작용에 관해 설명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은 의료윤리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겼다. 환자 본인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판례가 생긴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법과 질서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평생 자기 몸의 주인으로 살아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윤리 문제를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_류대성 위원,「읽기의 미래」저자
6. [문학] 레이디스|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저, 김선형 역/?북하우스
서스펜스에서 중점적으로 드러나는 요소는 일명 3D, 즉 드라마drama,욕망desire,위험danger,이 세 가지이며 특히 중요한 점은 긴장을 유지하는 추진력이다. 바로 그 추진력을 끝까지 이어나가지 못한다면 서스펜스는 실패할 확률이 크다.?
문학에 대해 말할 때 단언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지만,그러나 장편과 단편소설 모두에서 서스펜스를 가장 의미 있고 효과적으로 끌어올리는 작가가 있다면 바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녀는?마치 이야기의 고삐를 바짝 쥐고 목적지를 향해 지름길을 달려가는 날렵한 기수와도 같다.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서스펜스의 대가’라고 불리는 그녀는 수많은 범죄소설 외에도 영화로 잘 알려진 『캐롤』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레이디스』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간된 소설집이며 총 16편의 단편들이 수록돼 있다. 두려움에 관심 있는 독자는 「달팽이 연구자」를,가족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치는 여성의 이야기에 흥미가 있다면 「모빌 항구에 배들이 들어오면」,괜한 소문과 오해가 두 인물의 우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읽고 싶은 독자에게는 「최고로 멋진 아침」을 추천한다.?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악,탐욕,시기,사랑,증오,이상한 욕망,정신과 현실의 적들,기억의 무리 -?이 모두가 부디 나의 평화를 망치기를.”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밀해 보이는 일상,그 심연에 도사린 불안과 두려움을 작가는 “혼미하고도 탁월하게”소설로 자아낸다. 그리하여 면면히 드러나는 인간의 복잡하고도 다양한 감정과 통찰이라니.
_조경란 위원, 소설가
7. [인문예술] 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 조성환/ 모시는 사람들
조성환 선생의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6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철학의 특성을 살피고 있는 책이다. 우리는 철학이라고 하면 보통 서양 철학을 떠올리거나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으로 양분해서 생각하지만,선생에 따르면 한국철학은 중국철학을 중심으로 한 동양철학으로 환원되지 않는 자신의 독자적인 역사적 계통과 사장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선생이 한국철학의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는 하늘,종교,실학,개벽,도덕,생명은 한국철학의 핵심 주제일 뿐만 아니라,역사적 계통의 흐름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도학과 구별되는 한국사상의 고유성이 하늘 개념이며,이것은 만주와 한반도에서 이루어진 상고시대의 제천행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선생의 관점이다. 이것이 퇴계의 경천사상으로 이어지고 동학의 천주사상 또는 하늘철학으로 체계화됨으로써 한국철학의 본격적인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선생은 19세기 후반에 발생한 동학이 한국철학의 전통과 현대화를 이어주는 중심을 이룬다고 파악한다. 특히 후천개벽 사상이 동학에 뿌리를 둔 한국철학의 핵심을 이루는데,그것은 종말론을 뜻한다기보다는 문명전환론으로,인문개벽사상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요체는 만물을 공격하는 천도교와 원불교의 생태적 도덕사상과 장일순의 생명평화운동으로 전승된다. 간명하면서도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는 대중적인 한국철학사상사로서 손색이 없는 책이다. 한국철학의 계통과 사상적 핵심,그리고 그 현재적인 의미를 두루 살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_진태원 위원, 성공회대 연구교수
이?중에 당신의 마음을 울리는 책 한 권이?있기를 바라며!
다음 달에도 풍성한 책 추천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