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타임=편집국] 기획재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기업·준정부기관 지정기준을 상향함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 앞둔 기관에 대한 노동이사제 도입을 방해행위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이 3일 여러 공공기관들로부터 확인한 결과 해양수산부 등 일부부처가 기재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지정기준 상향에 따라 내년 1월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되는 기관들에 대해 노동이사제 도입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상법상 노동이사의 지위를 문제삼으며 공기업에 대해서도 제도 도입 중단을 요구했다.
기재부는 지난 8월 22일 '자율·책임·역량 강화를 위한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공기업·준정부기관 지정기준을 상향했다. 현재 정원 50명, 수입액 30억원, 자산 10억원인 기준을 정원 300명, 수입액 200억원, 자산 30억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130개이던 공기업·준정부기관 수가 88개로 줄어들었다. 줄어든 42개 기관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유형이 변경될 예정이다.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되면 기재부가 아닌 주무부처의 경영평가를 받게 되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이 아닌 개별법 또는 정관에 따라 임원을 임명하게 된다. 문제는 노동이사 도입을 규정하고 있는 법은 공공기관운영법이며, 해당 법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적용대상이다. 기타공공기관은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기타공공기관의 경우 노사합의로 충분히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수 있음에도, 일부 부처가 기관 유형 변경을 이유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막고 있다. 부산·인천·여수광양·울산항만공사 등은 현재까지 공기업이나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기타공공기관은 노동이사제 도입에서 제외된다’며 ‘노동이사 도입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지 말라’고 전달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해수부는 ‘법률검토를 받아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산업부는 공기업인 발전사들에 ‘별도의 통지가 있을 때까지 노동이사 도입을 멈추라’로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갑자기 상법상의 노동이사 지위를 문제 삼으며 제도 도입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법에 따라 노동이사를 도입하려는 기관에 불법을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재부와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특례규정에 따라 노동이사의 상법상 지위에 대해 ‘사외이사’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석한 반면, 최근 법무부는 ‘기타 비상무이사’에 해당한다고 해석해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1월 국회는 김주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4일부터 모든 공기업·준정부기관은 1명의 노동이사를 선임해야 하며, 공공기관운영법을 준용하는 기타공공기관은 노사합의로 노동이사를 도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기재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김주영 의원은 “그간 노동계는 지속적으로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을 통한 지배구조의 민주화를 요구해 왔으나, 기재부는 공공기관 관리체계의 근간인 공공기관운영법은 그대로 둔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마음대로 공공기관 분류기준을 바꿨다”며 “이로 인해 노동이사제 도입이 시행되자마자 대거 대상 기관에서 제외되며 법 개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여야 합의를 통해 법안이 통과됐다”며 “노동이사제 입법은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도모하고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도입·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의원은 “공공기관의 고유한 공공적 가치 실현을 위한 지배구조 마련을 위해서는 시행령이 아닌 공공기관운영법에 대한 전면 개정이 논의돼야 한다”며 “기재부는 물론 관계부처들은 지금 당장 노동이사제 도입 방해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