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타임=명기자] 저출산, 고령화, 대도시 집중화로 인한 농촌 지역 과소화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농촌을 다시 살리기 위한 각계각층의 연구와 대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포천시의 한 마을이 농촌 재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예마을’이다.
경기도 북단 마을의 놀라운 변신
서예마을은 포천시 최북단 행정구역인 관인면에 속한다. 군사분계선까지 직선으로 불과 20여km, 38선이 있던 당시에는 북한 땅이었지만 휴전협정 이후 남한으로 수복되었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척박할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예마을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깨끗한 연정천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거대한 오리나무 등 빼어난 풍광과 농장체험, 공예체험, 서예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인기 농어촌체험 휴양마을이다.
인구도 늘고 있다. 6년 전 176가구였던 마을주민도 지금은 185가구, 300여 명이나 된다. 현저하게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전국적인 농가 수 감소세를 고려할 때 서예마을의 인구가 지속하여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자연이 살아났다, 사람이 살게됐다
서예마을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데에는 박광복 이장(60)의 노력이 있었다. 지난 2016년, 이장으로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연정천 살리기였다. 그는 “인구감소, 소득감소, 불균형발전 등 당시 마을엔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시급한 건 자연복원이라 생각했다. 자연이 살아나면 사람도 살게 되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박 이장은 주민들과 함께 오·폐수 유입을 감시, 관리하고 냇가에 수질정화식물인 미나리를 대량 심었다. 한강 관리소를 방문해 하천을 유지 관리하기 위한 공부도 했다. 작은 노력이 거듭되자 큰 변화가 생겼다. 악취가 사라지고 물고기가 돌아왔다. 여름밤에는 깨끗한 환경에서만 서식한다는 반딧불이도 목격되곤 한다.
평생학습마을로 거듭나다
연정천의 변화는 주민들의 의식변화로 이어졌다. ‘우리도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주민들 사이에 퍼진 것이다. 박광복 이장은 주민들을 독려해 ‘평생학습마을’ 만들기에 도전했다. 마을 역사를 연구해 서예마을이 예로부터 ‘한학과 서예를 계승해오던 지역’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마을 이름도 여기에 근거한다.
평생학습마을로 꾸며진 지 올해로 5년, 초반에는 ‘이런 것을 왜 하느냐’며 삐걱거리는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더욱 배움에 적극적이다. 서예, 민화, 캘리그라피 등 모든 수업은 항상 만원인데다 실력도 수준급이다. 각종 기예대회에서 상을 휩쓸어 오는 것은 이제 예삿일이다. 내년부터는 학습지도를 도와주는 평생학습 코디네이터로부터 자립하여 마을주민 스스로 학습을 계획하고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마을이 될 수 있도록
서예마을의 꿈은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마을이 되는 것’이다.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야말로 미래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박광복 이장은 주민들과 함께 마을공동체 ‘감성마을 한마당’을 만들었다. 공동체활동을 하며 함께 마을을 꾸미고 팜스테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뽕잎과 아로니아 등을 넣어 만든 ‘숙성만두’도 개발했다.
주민이 마음을 모으니 어려울 게 없었다. 덕분에 2019년에는 농협중앙회에서 주관한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가꾸기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박 이장의 경우 2015년 우수강소농으로 선발되며 마을만들기 부문에서 농림부장관상을, 이듬해인 2016년과 작년에는 경기도지사상을 받기도 했다.
박광복 이장은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자라온 터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농촌문제해결은 여기서 시작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