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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픈 것도 평일에만 아파야 하나' 가평군 휴일 의료공백 언제까지

주말·공휴일이면 좁아지는 진료 선택권…“관광객은 몰려오는데 군민 의료안전망은 제자리”
[한국뉴스타임=보도국] “가평에서는 아픈 것도 평일에 아파야 합니까.”

가평군의 휴일 의료체계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답답함을 압축하면 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광복절 연휴(8/15~17) 첫날 가평읍 주민 A씨는 갑작스런 복통에 영업중인 동네의원을 찾았지만 문을 연 병원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평군보건소 당직실에 전화 문의하였으나 역시나 문을 연 의원은 없었다.

평일에는 동네 의원을 찾아갈 수 있지만 일요일과 공휴일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문을 여는 의료기관의 선택지가 크게 줄어들면서 가벼운 질환조차 어디에서 진료받아야 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것이 농촌지역 주민들의 현실이다.

가평군 보건소 역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진료시간을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안내하면서 매주 토·일요일은 휴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민의 질병에도 공휴일이 있는가.

휴일이면 더 멀어지는 병원

가평군은 가평읍·설악면·청평면·상면·조종면·북면으로 생활권이 넓게 분산돼 있다.

고령자가 많고 대중교통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농촌지역에서 의료기관까지의 거리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특히 휴일에는 평소 이용하던 의원의 진료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하고,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응급환자만이 아니다.

고열이 나는 아이, 갑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하는 노인, 상처를 입은 주민,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만성질환자처럼 응급실까지 갈 정도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다음 평일까지 기다리기도 힘든 환자들이 휴일 의료공백의 가장 취약한 지점에 놓인다.

응급실 하나로 휴일 의료문제가 해결되는가

현재 가평군이 공식적으로 안내하는 24시간 주민 응급의료시설은 설악면의 에이치제이매그놀리아국제병원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소아 야간·휴일 진료가 운영된다.

이는 반드시 필요한 의료안전망이다.

그러나 응급실이 있다는 것과 가평군 전역에 충분한 휴일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가평읍이나 북면, 상면·조종면 등에서 설악면까지 이동해야 하는 주민의 입장에서는 거리와 이동시간을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모든 휴일 환자가 응급환자인 것도 아니다.

경증·준응급 환자가 응급실로 몰리면 주민의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정작 응급실은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응급실 운영이 아니라 일반 외래진료와 준응급진료, 약국, 응급의료를 연결하는 휴일 의료체계다.

관광객은 주말에 몰리는데 의료기관은 주말에 줄어든다

가평군의 특수성도 생각해야 한다.

가평은 대표적인 수도권 관광지역이다.

관광객은 오히려 평일보다 주말과 공휴일에 집중된다.

펜션과 캠핑장, 수상레저시설, 산과 계곡, 관광지에는 사람들이 몰리는데 정작 지역 의료서비스의 선택지는 휴일이 되면 좁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교통사고와 수상사고, 산악사고뿐 아니라 관광객의 갑작스러운 질환까지 고려하면 가평의 휴일 의료수요는 단순히 주민등록인구만 놓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생활인구와 관광객까지 포함한 의료수요를 계산해야 한다.

관광객 유치를 군정의 주요 성과로 홍보하면서 이들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 대응할 의료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않는다면 관광정책 역시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약국은 휴일지킴이’, 병원은?

가평군은 2026년에도 지역별로 휴일지킴이약국을 지정해 일요일과 공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가평읍·북면의 경우 날짜별 당번 약국을 별도로 편성해 공개하고 있다.

공공심야약국도 운영한다.

가평읍 한마음약국은 365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운영하도록 돼 있다. 다만 군은 월 1~2회 휴무가 있을 수 있어 방문 전에 운영 여부를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약국의 휴일·심야 당번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의료기관 역시 보다 체계적인 휴일진료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휴일지킴이약국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휴일지킴이병원·의원도 필요한 것이다.

민간병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논리에서 벗어나야

물론 의료기관은 민간영역이고 의사와 간호사에게 무조건적인 휴일근무를 요구할 수도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행정의 역할이 필요하다.

가평군이 지역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고 휴일 순환진료체계를 만들거나, 휴일진료에 필요한 인건비·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가평읍·청평권·설악권··조종권 등 생활권을 나눠 최소한 한 곳 이상의 의료기관이 휴일에 순환 진료하도록 하는 가평형 휴일 당번의료기관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참여 의료기관에 적정한 보상을 지급하고 군청과 보건소 홈페이지, 문자서비스, SNS 등을 통해 매주 휴일 진료기관을 주민에게 안내한다면 현재보다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군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병원이 아니다

모든 읍·면에 종합병원을 세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주민이 원하는 것은 훨씬 현실적이다.

일요일에 아이가 열이 나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노부모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면 어디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가.”

공휴일에 다쳤을 때 응급실 외에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최소한 이 질문에는 행정이 즉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휴일마다 주민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병원에 일일이 전화해 문을 열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을 정상적인 의료복지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민선9, ‘365일 의료안전망을 구축하라

민선9기 가평군정에서 휴일 의료공백을 단순한 보건행정 업무가 아니라 정주환경과 인구정책의 핵심과제로 다뤄야 한다.

가평군은 우선 읍·면별 휴일 의료수요와 의료기관 운영실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권역별 휴일 당번의료기관제 도입 참여 의료기관 인센티브 지원 소아·노인 휴일진료 확대 24시간 응급의료시설과 일반 의원 간 역할 분담 119와 의료기관 간 환자 연계 휴일·야간 진료정보 실시간 안내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군청 홈페이지 한쪽에 자료를 게시하는 수준을 넘어 오늘 가평에서 문을 연 병원과 약국을 주민이 휴대전화로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행정은 쉬어도 주민의 질병은 쉬지 않는다

가평군 보건소는 군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보건기관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무다.

물론 공무원의 휴무 자체를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공공기관이 문을 닫는 시간에도 공공의료의 책임까지 함께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휴일에도 누군가는 아프고, 아이는 열이 나며, 노인은 갑자기 쓰러지고, 관광객은 사고를 당한다.

그때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월요일에 오십시오라는 말이 아니다.

지금 어디로 가면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확실한 답이다.

관광객 천만 시대와 지방소멸 극복을 이야기하는 가평군이라면 이제 화려한 개발계획만큼 주민의 기본적인 의료권에도 투자해야 한다.

사람이 살기 좋은 가평은 관광시설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아픈 날이 평일인지 휴일인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곳.

그것이 진짜 살기 좋은 가평이고, 지방정부가 만들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정주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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