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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가평군, 민선8기 4년 무엇을 놓쳤나..민선9기 무엇을 바꿀 것인가

병아리가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수천 년 동안 반복되어 온 질문이다.

닭이 있어야 달걀을 낳고, 달걀이 있어야 병아리가 태어난다. 무엇이 먼저인지 따지는 동안 닭도, 달걀도 제자리에 있다.

그런데 이 오래된 질문이 오늘 가평군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데 묘하게 닮아 있다.

사람이 없으니 기업이 오지 않는다.”

기업이 없으니 일자리가 없다.”

일자리가 없으니 젊은 사람이 떠난다.”

젊은 사람이 떠나니 인구가 줄어든다.”

그리고 다시 결론은 같다.

인구가 적으니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핑계를 반복할 것인가.

가평의 인구감소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자연재해가 아니다. 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며, 교육·의료·교통·주거 등 정주 여건이 충분하지 못한 현실이 오랜 시간 누적된 결과다.

그렇다면 지방행정의 역할은 무엇인가.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을 설명하는 것인가.

아니면 인구가 줄어드는 구조를 바꾸는 것인가.

"공약의 숫자는 채웠지만 가평의 미래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202671일 서태원 가평군수 취임식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민선9기 가평군정이 시작되었다.

지난 서태원 가평군수의 민선8기는 출범과 함께 자연을 경제로 꽃피우는 도시, 가평을 내걸었다. 인구소멸 대응, 관광콘텐츠 육성, 생활인구 확대, 도시 인프라 구축, 군민 중심 경제정책, 일 잘하는 행정 등을 7대 목표로 제시했다.

공식 공약자료상 55개 사업의 추진률도 97%를 넘어섰다.

숫자만 보면 성공적인 군정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성적표는 공약 이행률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래서 가평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이 질문 앞에서 민선8기는 훨씬 더 엄격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사무소, 설치가 끝인가"

가평군 민선8기는 예산 및 사업 유치를 위한 서울사무소 설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군 공식 자료는 이 사업을 2023년 완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사무소는 설치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중앙정부와 국회, 수도권의 기업과 기관을 연결해 국·도비를 확보하고 새로운 사업과 투자를 가평으로 끌어오는 것이 본래 목적이다.

그렇다면 이제 물어야 한다.

서울사무소가 몇 건의 사업을 유치했으며, 얼마의 외부재원을 확보했고, 어떤 기업과 기관을 가평으로 연결했는가.

사무실이 존재한다는 것과 전략적 거점으로 기능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제 민선9기는 서울사무소를 단순한 연락사무소가 아니라 국비·도비뿐만 아니라 기업투자·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가평 세일즈 전진기지로 재편해야 한다.

"인구정책, 숫자보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가평군 민선8기는 맞춤형 인구정책으로 인구소멸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공약했다. 인구증가정책 수립 등 여러 사업도 추진됐다.

가평군은 현재도 인구감소지역 대응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하고 있다.

그런데 인구정책이 계획과 사업의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돈을 지원하는 것과 청년이 가평에서 살아갈 이유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

일자리·주거·교통·교육·의료·문화가 연결되지 않은 인구정책은 결국 전입 장려정책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가평은 사람을 붙잡을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청년이 창업하고, 기업이 투자하고, 아이를 키우며, 은퇴세대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정주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민선9기가 인구정책을 다시 쓴다면 첫 문장부터 달라야 한다.

몇 명을 데려올 것인가가 아니라 왜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가를 답해야 한다.

"역세권 개발, ‘물꼬만 트고 끝나서는 안 된다"

가평·청평·상천 역세권 개발은 오랫동안 지역발전의 핵심 의제로 거론되어 왔다. 가평군은 역세권 개발방식을 지구단위계획으로 변경해 개별 필지 단위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사업 추진의 물꼬를 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세권 개발의 목적은 땅의 개발 자체가 아니다.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가 생기고, 상권이 살아나는 도시공간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역세권 주변에 건물이 들어서는 것만으로 인구가 늘지는 않는다.

민선9기는 역세권을 주거·상업·문화·청년창업·관광·교통이 결합된 지역 성장거점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세권 개발은 또 하나의 부동산 개발사업에 머물 수 있다.

"청평 내수면연구소, 더 이상 가능성만 말할 때가 아니다"

청평면 옛 중앙내수면연구소 부지는 가평의 대표적인 잠재자원 가운데 하나다.

이미 과거부터 군은 연구소 부지와 저수지를 활용한 생태관광·교육 인프라 구축을 검토해 왔다.

최근에는 단풍길과 벚꽃길 개방, 농특산물 직거래장터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16일짜리 행사를 열기 위한 공간인지, 365일 사람이 찾는 청평의 새로운 성장거점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민선9기는 중앙정부와 경기도,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부지 전체에 대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생태·교육·관광·문화·청년창업이 결합된 복합공간으로 발전시킨다면 청평의 지역경제를 바꾸는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

"소통과 감사, ‘형식이 아니라 '실행'이 문제다"

민선8기는 민원정책관제 및 감사관실 신설을 공약했고 공식 자료상 2023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제는 조직을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그 조직이 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얼마나 높였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군민과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에 정책을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받는 것만으로 열린 행정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불편한 의견을 듣고, 반대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잘못된 결정은 수정하는 것까지가 소통이다.

감사 역시 처벌을 위한 감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예산 낭비와 행정 오류를 사전에 막고,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며, 조직 내부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는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견제 기능이어야 한다.

"민선9기는 공약 이행률 경쟁을 끝내야 한다"

민선8기의 가장 큰 교훈은 공약을 많이 이행했다고 해서 지역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97%의 공약 이행률보다 중요한 것은 인구가 늘었는가, 청년이 정착했는가, 기업이 들어왔는가, 지역상권의 매출이 증가했는가, 관광객이 가평에서 더 오래 머물렀는가다.

민선9기는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잘한 사업은 이어가고, 효과가 미미한 사업은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 정치적 자존심 때문에 전임 군정의 사업을 모두 뒤집어서도 안 되고, 연속성을 이유로 실패한 사업을 그대로 끌고 가서도 안 된다.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냉정한 행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행정의 질문이다.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는가.”

예산을 얼마나 확보했는가가 아니라

그 예산이 주민의 삶을 얼마나 바꿨는가.”

공약을 몇 퍼센트 이행했는가가 아니라

가평의 미래 경쟁력이 얼마나 커졌는가.”

이제 가평군민은 또 다른 화려한 공약집을 기다리지 않는다.

가평의 인구감소를 뒤집을 전략, 지역경제를 살릴 산업정책, 역세권과 청평을 변화시킬 공간전략, 외부 자본과 인구를 끌어들일 개방형 행정, 그리고 군정을 견제할 투명한 시스템을 원한다.

민선8기가 남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이것이다.

가평은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더 과감하게 하지 못했는가.

민선9기는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가평의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서는 사람이 오지 않는다.

기업이 오기를 기다려서는 기업이 오지 않는다.

투자가 오기를 기다려서는 투자가 오지 않는다.

먼저 문을 열고, 먼저 길을 만들고, 먼저 변화해야 한다.

병아리가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더 이상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가평에 필요한 질문은 하나다.

민선9기는 무엇을 먼저 바꿀 것인가.”

그 답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군정만이 민선8기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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