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획23] 정선시장은 찾아가는데, 가평시장은 왜 외면받는가
  • 전통시장 활성화, 유명가수 부른다고 손님이 돌아오는가…수십억 원의 시설투자와 일회성 행사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경쟁력
  • 서울에는 광장시장,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망원시장, 방산시장 등 전국적으로 이름난 전통시장이 즐비하다. 먹거리와 볼거리, 특색 있는 상품까지 갖춘 시장들이다.

    그런데 서울 시민들은 굳이 강원도 정선까지 찾아가 전통시장을 구경하고 음식을 먹는다.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반면 서울과 가까운 가평군의 전통시장은 어떤가.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연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도시라는 조건을 갖추고도 전통시장이 관광객의 필수 방문지로 자리 잡았는지는 의문이다.

    전통시장을 현대화한다고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유명가수를 초청하고 경품을 나눠준다고 단골손님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가평군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 정선시장은 왜 찾아가고, 가평시장은 왜 지나치는가

    정선시장의 경쟁력은 단순히 시장 건물이나 시설에 있지 않다.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먹거리와 특산물, 장터 특유의 분위기, 관광자원과 연계된 경험이 방문 동기가 된다.

    곤드레밥과 콧등치기국수, 메밀전병 등 지역색이 뚜렷한 음식은 정선을 방문해야 할 이유를 만든다.

    그렇다면 가평군 전통시장에는 무엇이 있는가.

    서울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는 상품, 비슷비슷한 점포 구성이라면 관광객이 굳이 가평시장을 방문할 이유가 없다.

    가평의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관광객이 가평을 방문하는 이유와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는 다르다.

    관광객이 많다고 시장 매출이 저절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 수십억 원을 투자하면 전통시장이 살아나는가

    가평군은 그동안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와 환경개선, 각종 문화행사 및 상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문제는 투자 자체가 아니라 투자 이후의 성과다.

    비가림시설을 설치하고 간판을 교체하며 보행환경을 정비하는 사업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깨끗한 건물과 정돈된 간판이 시장의 경쟁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획일적인 현대화로 전통시장 고유의 분위기와 개성이 사라진다면 일반 상가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수십억 원을 투입했다면 그에 걸맞은 성과를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사업 전후 방문객은 얼마나 늘었는가. 상인들의 실질 매출은 얼마나 증가했는가. 빈 점포는 줄었는가. 행사에 참여한 관광객이 다시 시장을 찾는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

    이러한 지표 없이 예산 집행 실적과 행사 개최 횟수만으로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 유명가수 초청하면 시장이 활성화되는가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유명가수를 초청하고 공연과 경품행사를 개최하는 방식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 반드시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공연 당일 일시적으로 사람이 몰릴 수는 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면 인파도 사라진다. 다음 날 시장이 다시 한산해진다면 과연 무엇이 남는가.

    상권 활성화 예산이 공연기획사와 행사 운영업체에 집중되고 정작 시장 상인들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면 사업 목적을 재검토해야 한다.

    행사가 모두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행사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다.

    시장을 살리겠다며 가수를 부를 것이 아니라, 가수가 없어도 손님이 찾아오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 가평군 식당이 어려운 이유, 다섯 가지부터 돌아보자

    전통시장 활성화의 핵심은 결국 먹거리와 서비스 경쟁력이다.

    가평군 일부 음식점과 상권이 겪는 어려움을 단순히 경기침체나 관광객 감소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 다음 다섯 가지 문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불결하다.

    음식점의 기본은 위생이다. 식탁과 바닥, 화장실, 식기류가 청결하지 않다면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다시 방문하기 어렵다.

    둘째, 비싸다.

    관광지라는 이유로 가격이 높다는 인식을 준다면 소비자는 외면한다. 가격이 높은 것 자체보다 지불한 금액에 걸맞은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셋째, 불친절하다.

    손님은 돈을 내고 음식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와 경험도 함께 구매한다. 불친절한 응대는 지역 전체의 관광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넷째, 주차하기 어렵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제한적인 관광지에서 주차 편의성은 중요한 경쟁력이다. 주차장을 찾기 어렵거나 식당까지 이동하기 불편하다면 방문을 포기할 수 있다.

    다섯째, 맛이 없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다. 음식점은 결국 맛으로 평가받는다. 시설이 화려하고 홍보를 많이 하더라도 음식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재방문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가평군의 모든 음식점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실제 소비자 만족도와 현장조사를 통해 업소별 문제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상황에서도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 앞에는 여전히 손님들이 줄을 선다.

    이 차이를 단순히 운이나 입지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 상인도 변해야 한다…지원금이 경쟁력은 아니다

    전통시장 활성화는 행정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다.

    상인들 역시 변화해야 한다.

    시설개선과 홍보를 행정기관에 요구하면서 정작 위생관리와 가격표시, 고객응대, 음식의 품질 개선에는 소극적이라면 어떤 지원사업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상인회 역시 행사를 유치하고 보조금을 집행하는 역할을 넘어 상권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조직으로 발전해야 한다.

    시장마다 대표 먹거리를 개발하고 가격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쌓아야 한다. 불친절과 위생 문제에 대해서는 상인회 스스로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행정의 지원은 마중물일 뿐이다. 시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주체는 결국 상인이다.

    ■ 가평군 전통시장 지원 예산, 이제는 성과를 공개해야 한다

    가평군의 전통시장 지원은 이미 상당한 규모로 진행돼 왔다.

    가평군의 2025년 주요업무계획에 따르면 전통시장 운영·관리 및 활성화 관련 사업비는 약 14억4,490만 원으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군비는 약 10억6,660만 원이다.

    또한 2024년에는 문화관광형시장, 디지털시장 육성, 시장매니저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가평군은 과거 지원사업을 통해 시장 매출과 방문객이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성과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시적인 증가가 장기적인 매출 향상과 상권 자생력으로 이어졌는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가평잣고을시장, 청평여울시장, 설악눈메골시장, 조종시장에 각각 어떤 예산이 투입됐으며 상인들의 실질 소득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행사비와 시설비, 인건비, 운영비를 구분하고 사업별 매출 증대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 전통시장의 주인은 상인이고, 평가자는 소비자다

    가평군 전통시장 활성화의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행사 중심에서 상품과 서비스 중심으로, 시설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가평잣을 활용한 특색 있는 먹거리, 지역 농산물 직거래, 합리적인 가격, 친절한 서비스, 편리한 주차환경을 갖춘다면 관광객에게 시장을 방문할 이유를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장마다 똑같은 행사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 특성을 살려야 한다.

    가평잣고을시장은 지역 특산물과 관광객 소비를 연결하고, 청평여울시장은 북한강 관광과 생활상권을 연계하며, 설악눈메골시장과 조종시장 역시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상품과 먹거리를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은 예산지원뿐 아니라 소비자 만족도 조사, 상인 서비스 교육, 주차환경 개선, 매출 분석 등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 결론…손님은 행사장이 아니라 좋은 시장을 찾아온다

    정선시장을 찾는 관광객은 단순히 건물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정선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음식과 상품, 장터의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다. 정선군 역시 5일장과 지역 특산물, 관광 프로그램을 연계해 시장을 관광자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가평군도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면 시장에 사람을 많이 모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손님이 다시 찾아오게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유명가수를 초청하는 데 쓰는 예산 일부를 음식 품질 개선과 위생관리, 상인 친절교육, 주차환경 개선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전통시장 활성화의 성패는 행사 참석 인원이나 보조금 집행률이 아니라 소비자의 재방문과 상인들의 지속적인 매출로 평가해야 한다.

    맛있으면 찾아간다.

    가격이 합리적이면 다시 간다.

    친절하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다.

    가평군이 살려야 할 것은 시장 건물도, 일회성 행사도 아니다.

    시장을 찾아갈 이유와 다시 방문할 이유다.

    전통시장은 예산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경쟁력은 소비자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유명가수가 떠난 뒤에도 손님이 남는 시장, 그것이 진정한 전통시장 활성화다.

  • 글쓴날 : [26-11-08 00:59]
    • 가평뉴스타임 기자[gphappy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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