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귀산촌)을 주제로 하여 글을 쓰기에는 언급 될 폭이 너무 넓은듯하여, 「아무도 들려주지 않는 그의 본질에 대한 넋두리」로 글을 시작해 보려 한다.
이러한 근접은 은퇴한 나의 경험과 깨달음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인 우리 세대들이라면 한 번쯤은 꿈을 꾸듯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시골 또는 농촌이라는 공간을 흠모해 보았을 것 같다.
나 역시 퇴직 전 3년을 준비하고 퇴직 후 3년이 되어 비로소 생의 종착지일 수도 있는 나만의 공간에 첫 삽을 뜨게 되어, 귀(산)촌 과정의 궤적과 느낌을 2회에 걸쳐 여기에 남기고자 한다.
우리가 생(生)을 지탱하다 보면 삶의 어느 지점들에서 문득문득 회귀하고자 하는 심리적 충동이 있다. 내가 강줄기를 거스르는 연어가 아님에도 나의 가슴속에서는 그것에 대한 강한 진동이 거울에 비치는 흰머리 가락 숫자와 비례 되어 울린다는 사실이었다.
그 진동의 요인은 향수 또는 공허라는 오래된 기억의 파편들이었거나 기쁨 또는 감동과 슬픔 등이 응집되어 끊임없이 나를 흔들며 어디로의 여정을 재촉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즉 내가 하는 모든 선택이 고도로 계산된 작위적 결정인 듯싶지만 지나고 보면 지금의 결정은 내 지나온 과정의 결과물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결과물로 「가평」이란 열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추산하여, 5~6백여만 명의 시대적 동지인 베이비붐 세대뿐만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우리가 모두 「코로나」로 표기되는 미생체의 출현으로 가택연금이라는 고립상태에 놓였었다.
이는 우리에게 삶의 생태계(生態界)와 그리고 공존(共存)이 무엇인지를 되묻는 중요한 계기였다. 이제 우리는 이 화두에 대한 고민해야 할 때에 이른 듯싶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나는 가평쯤이라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였고 「가평」이란 열차에 오르게 되었다. 내가 열차에 오르며 탈선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정한 열 가지의 미션이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최대한 가평사람이 되자」였다.
그리고 두 번째가 「지난 시절의 나를 버리자」였다. 지나온 동안에 쌓았던 한 줌의 명성과 삶을 지탱하려 발버둥 치며 일구던 관계지움(인맥) 등은 서울이란 공간의 규격화된 아파트의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이제 낮게 낮은 자세로 산 아래 사람들과 어울려, 더하여(加)평평할(平) 「가평사람」이 되어가자는 것이었다.
이즈음 2021년 년 초에, 가평군 농업기술센터 모 팀장님으로부터 가평군농업대학 입학을 권유받아 1년 학업과정의 귀농귀촌(귀산촌)이라는 희망으로 모여 수십 명의 새로운 학우이자 벗을 얻게 되었다.
우리들의 얼굴은 마스크에 반쯤 가려져 있었으나 바라보는 곳이 비슷하였기에 묻고 답하는 일들이나 나눔과 도움들에 있어서 모두가 오래된 이웃이고 벗이라 느꼈다.
이러한 논제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귀농이든 귀촌이든 귀산촌이든 오랫동안 살아온 터전을 버리고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 근저에는 두려움이라는 가시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사실인 즉 두려움이란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일 뿐이다.
나인들 왜 가보지 않는 길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겠는가. 그 때문에 공통분모를 들고서 한곳을 바라보며 오고자 하는 자(者)들에게 그곳의 수장(首長)은 들어올 수 있는 틈 또는 공간을 열어주어 그 두려움을 해소할 기회의 제공이나 길을 안내해 주는 길잡이의 역할이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공간을 열려는 자신의 노력과 이들을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이 존재하는 곳(지역), 즉 소멸위기의 소도시 책임자는 이를 잘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맙게도 나는 이곳으로부터 기회를 받았다. 한형·이형·박형·남형..등등 수십 명의 새로운 나의 학우이자 벗들은 나의 도전에 조언을 아낌없이 준다.
가끔은 열차가 삐걱거리고 기존의 속도에 비하여 더디고 느리지만, 기존의 속도가 참이고 지금의 속도가 거짓인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이치를 깨닫는 것 또한 두려움을 떨치는 과정일 것이다.
혹 그대가 삶과 환경과 도전이란 모호한 관계에서의 혼돈상태라면 나뭇가지만 흔들지 말고 그 본질에 대하여 다시 파악해 보는 계기였음 싶다.
김 종 운
가평클린대학 졸업 / 가평군 귀산촌 진행 중.
前 공공 기관 정년퇴직 / 광주대·홍익대·한양대·성균관대 법학 및 지역개발 분야 수학